나룻배 잡담가
옛날에 팔도강산도 아니고 십육도강산에 초원이 둘러싸여 분지가 확펴진 대천지방을 자랑으로 삼는 호유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산맥너머 변방 부터 저 멀리 바다 항구와 팔륙도 까지 강줄기 물줄기 따라 왔다리 갔다리 하는 나룻배 사공들이 있었다. 신분은 낮아도 돈 하나는 끝내주게 많았다 하더이다 그중에 봉음강 뱃사공이 참말로 으뜸이라 한데 자칭 최고의 떼부자라 부르면서 한적하게 강변에 앉아 산새들 구경이나 하던중에 왠 선비 하나가 다가오지 않던가
"뭐 하나 여쭙겠네 이 배가 봉음강 따라 남경으로 가는 배인가?"
"배라 하면 강줄기 따라 어디든 갈수 있소 첩첩산중 산맥을 오르내리다 힘들어 쓰러져 지나가던 동물이 불쌍히 여겨 넘겨준 화주 한병 마시고 낭떠러지에서 빙글빙글 줄타기 하는것 보다 평평한 물에서 유우자적 노래나 흥헐 거리며 사공에게 모든걸 맡기고 풍류나 감상 하면 천리길을 지나가던 오리 물갈퀴나 한번 쓱 보던 사이에 벌써 남경이오. 호유국에 넘처나는 사공들 중에도 봉음강 사공이 최고라 하오 이 나룻배면 산중턱 계곡도 노로 저어 올라가서 중턱 주막에서 나물 한그릇, 바다 너머 저 멀리 섬 까지 가서 회 한그릇 대접도 받을수 있소 파도가 치나 비가 내리나 걱정 마오 노 하나를 좌로 흔들면 물살은 잔잔해지고 우로 흔들면 비도 그치고 중으로 흔들면 금은보화가 물위에서 쏟아 나온다오 내 예전에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 싸웠는데 노 패대기 치어 혼쭐 내주고 귀한 돔배기 원 없이 먹었는데 어촌의 모든 어부들이 나보고 용왕님이라며 절을 했소"
선비의 물음에 사공이 말을 쭉쭉 늘어 놓으니 선비는 당연히 믿지 못하겠지 아니한가 그 까닭이 다 있는데
"사공들이 전국을 호령 한다지만 허풍이 참 두꺼비 울음 주머니 만큼 크네구려 어찌 그 나룻배로 바다를 가고 계곡을 가는가 산속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나가던 동물이 참 속편히도 간다고 술을 주지도 않고 주막에서 나물이나 잡쒀야 하고 바다에 가면 어디 회 대접이 아니라 사람도 없는 망망대해에 내몸을 맡기고 노을이나 처다 보면서 회만 먹느라 질려서 소고기가 그립겠다 노를 좌우로 흔들면 비바람을 다스린다 하는데 차리리 언월도로 저으며 좌우를 흔들어 천하를 얻고 입궐 하여 군주노릇 하며 궁궐 마저도 배로 지어 강줄기 하나 하나 다니며 월도를 가운데로 흔들어 쌀이 펑펑 나게 하면 길이길이 역사에 명군으로 이름 나겠네"
"허풍이라 뭐라하더니 생원께서 하신 허풍이 떡두꺼비 울음주머니 만하오 어디 생원께서 배를 타고 사공 노릇을 해보셨겠습니까 농사는 농민이 잘알고 때를 맞추듯이 물길은 사공이 매우 잘 아옵니다 사공을 힐난 하면 깊은 골짜기에 신령도 안보시는 거무죽죽한 늪에서 물귀신에게 사람만 쏙 빠뜨리고 갈수 있는게 사공이오 이런 무서운 신통력을 좋은데 쓰는데 어찌 사공들이 욕심 갖고 허풍이나 떨어 손님들 돈주머니나 탐하겠소이까"
"배를 타고 사공 노릇을 해봤냐 묻는것인가 마침 잘 물었다 이 사공이 나를 보고 입이 떡 벌어져 강물을 다 빨아들여 입안에다 잉어를 키우는 지경이 한눈에 보이는구나 내가 누군가 하면 영천공 이홍 장군이 본관인 경설 이씨이자 중시조로 이율 태상을 둔 산송공파의 12대손이오 외가는 후창공 여울산 수부관을 본관을 둔 하파 여씨이자 중시조로 여구 상관장 원덕공파 의 7대손이다. 나는 무과에 급제한 진사이자 3년전 서주해 제도에서 들끓었던 해적을 진압 하고자 의병을 결성해 함대를 이끌고 고군분투 끝에 승전 하여 조정에 공덕을 시사 받은 해의공 이섭이다. 나야 말로 물을 잘 알고 갯벌의 썰물과 밀물 때를 알며 물고기의 비늘 빛깔만 봐도 뭔 물고기인지 알아차리고 태풍에 굴하지 않고 산맥에 비할만한 큰 파도에 충각을 벌여 뚫고 나가 해적들을 온바다에서 두려움에 떨도록 하였다네 또한 강을 거슬러 올라 호수 까지 온 해적들과 싸워 이겨 민물과 바닷물을 모두 석권 하고 호유국의 천하가 나를 보며 만세만세 짖었다네 어찌 내가 사공을 두려워 하겠는가"
선비의 정체는 과거에 바다에 명성을 떨쳤던 해의공 이섭이었으니 사공의 겁주기엔 자신감으로 맞불 아니 맞물을 놓았다. 태풍이 끝나면 바다는 다시 잔잔해 지는법. 선비는 큰 태풍을 치룬뒤 편안히 여생을 즐기는 중이더이다.
"이런 내가 두꺼비 같은 네 사공의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데 흥미가 들었으니 어디 한번 나를 나룻배에 태우고 망성산과 하상을 넘어 남경 까지 안내 해보게 물귀신 사는 거무죽죽한 늪으로 끌고 가면 내 검이 네와 물귀신을 무사치 못하게 하여 물고기밥이 될것이니 참된 마음으로 사공일을 하여 생원을 퍼뜩 놀라게 하여 손발에 지느러미가 생겨 부끄러운듯 물속에서 쏙 하고 혼자 가버리는 피라미 되게 하시게"
"아이고 생원님 어떡하시나 제 나룻배에 타시어 강물을 종이로 삼고 노는 붓삼아 명필을 적는 사공의 천하 서예 솜씨에 놀라 지느러미 뿐만아니라 입이 저 보다도 더 떠억 벌어져 배가 하나 들어가여 명절날에 일가친척들이 배안에 들어가 제사 지내고 진수성찬 산해진미를 맛보며 담소를 지내게 생겼으니 그 입을 어떻게 다물지 참으로 걱정되오 사공이 거슬려 검을 뽑으시면 현무의 물결과 청룡의 숨결로 머금어진 나무로 가공해 만들어 언월도 부럽지 않은 노로 맞받아칠것이니 무술의 솜씨가 저 하늘까지 명성을 자자히 퍼뜨려 극락의 구름이 비를 흩뿌려 봉음강 물을 불려 하늘까지 닿게 하여 상제가 보는 앞에서 무술을 겨루는 향연을 보게 되실거시니 1대겁년 동안 길이길이 빛나겠소 그러니 어서 이 미천한 사공의 작은배에 타시어 옛시절 배타던 장군 시절을 추억 해보시오"
사공도 만만치 않게 선비의 말에 맞받아치니 역시 물사람은 대어가 낚시바늘에 저항하여 끊으려 하듯 쉽게 꺾이지 않는다 선비는 당당히 걸으며 과장되게 허리춤에 찬 칼을 드러내 보였고 반대쪽 허리춤에 기다란 장도를 찬것은 숨기니 역시 유비무환에 진짜로 싸움에 뽑을 칼은 장도이니라 사공도 기다란 노 뿐만 아니라 어디에 쓸지 모를 왠 곤봉을 허리춤에 찼는데 자기 입으론 다다미 방망이라는데 어디에 빨래감이 있다고 그런 핑계를 대는진 모르겠다. 그렇게 둘은 나룻배를 타고 삐져 나갈곳 없이 강줄기 따라 술술 갈수밖에 없는 강길을 갔다.
댓글
댓글 쓰기